새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집값 상승세가 꺾였던 격동의 2004년을 뒤로 한 채 새해가 밝았다. 올해 부동산시장은 한치 앞이 안보이는 안개 속에 가려진 형국이다. 부동산 수요자들에겐 올해 부동산시장의 동향이 매우 궁금하다.
전반적인 하향안정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또 올해 부동산 상품 가운데 투자가치가 예상되는 상품은 어떤 것인 지, 내집마련 수요자들은 언제 집을 사야될 지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 경기도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 규제정책의 기조변화가 없을 경우 연말까지도 침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올해 가장 투자가치가 높은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으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개발예정지 주변 토지가 1순위로 꼽혔고, 이밖에 ▲재개발 지분 ▲임대수익 높은 오피스 ▲강남 저밀도지구 재건축 ▲역세권 및 인기지역 신규분양 아파트 등이 유망종목으로 지목됐다.
가격상승이 예상되는 테마나 지역으로는 수도권 신도시 등 주변과 신행정수도 대안도시 건설에 따른 충청권 토지 시장 등을 예상했다.
집값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내집마련 시기에 대해선 전문가들 대부분 올 상반기를 적기로 꼽았다.
한편, 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 시장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금리변화 여부, 경기회복 속도라고 지적했다.
◇집값 하향안정세, 1∼2년 더 간다=올해 경제 성장률이 4% 안팎으로 전망되고 있어 체감경기는 어느 때 보다 냉각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주택수요 심리회복도 더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된다 하더라도 10·29대책의 근간이 흔들릴 가능성은 적어 보여 집값이 상승으로 반전될 가능성은 당분간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 안명숙 소장은 "개발이익환수제, 실거래가 신고제, 보유세 강화 등 올해 시행예정인 규제대책이 많아 수요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집값은 5% 안팎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간과공간 한광호 대표도 "투자심리 위축에 따라 시장이 실수요위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하향안정기조가 2006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획기적인 규제대책 완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올 연말까지는 물론 내년까지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다.
조흥은행 재테크팀 서춘수 팀장은 "굵직한 부동산 안정대책이 예정돼 있어 향후 1∼2년간 하향 안정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박사도 "입주물량 증가 등 공급과잉 상태와 정부대책으로 오는 2006년까지 하향곡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해 투자가치 유망상품 1순위는 '토지'=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투자 수익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동산 상품으로 토지가 꼽혔다.
농지법 개정 등으로 도시민의 농지소유가 쉬워지는데다 여전히 땅값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도로, 철도, 전철, 기업도시 등의 개발계획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도 신도시 등 개발 예정지 주변 토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 고준석 팀장은 "토지시장의 지역별 차별화가 가속화될 전망이지만 개발예정지역을 중심으로 땅값 상승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헤지펀드 유종률 사장도 "지난해 평균 지가상승률이 3.3%에 그쳤지만 개발이슈가 있는 지역은 10% 이상 올랐다"며 "올해도 이같은 지역별 차별화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토지 이외에 투자 수익이 예상되는 상품으로는 강남 저밀도 재건축, 뉴타운 지역 재개발지분, 임대수익형 오피스, 상가 등을 꼽았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강남 저밀도 재건축 가운데 개발이익환수제 적용을 받지 않는 아파트가 인기를 누릴 것"이라며 "잠실주공2단지, 잠실시영, 삼성동 영동차관아파트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저금리시대를 감안하면 안전성과 수익성이 높은 사무용 임대빌딩이 수익성 상품으로 유망해 보인다"며 "경기회복이 예상된다면 목 좋은 1층 상가를 선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법원경매로 나오는 수도권 토지와 서울 강남, 경기 과천지역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유망해 보인다" 조언했다.
이밖에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판교신도시 주변이나 서울 뉴타운 등 개발예정지 주변 토지와 신규분양 아파트가 올해 테마를 형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집마련 시기는 올 상반기가 적기=만약 부동산 전문가들이 집을 사야한다면 언제를 적기로 꼽고 있을까. 전문가들 대부분이 "올 상반기"라고 답했다.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김용순 박사는 "당분간 가격반등 가능성이 낮아 내집마련 시기를 가급적 늦추는 것이 좋겠지만 판교신도시 분양 결과에 따라 분위기 반전이 예상된다"며 "판교신도시 시범단지 분양 전후로 집을 사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집값이 저점에 와 있는 만큼 구정 명절 이전으로 내집마련 시기를 서두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도소득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 영향으로 절세차원의 매물이 올 상반기 중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도 상반기를 적기로 꼽고 있는 이유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절세매물이나 정부정책에 실망한 실망매물이 나오는 상반기가 매수적기로 보인다"며 "투자심리가 가장 위축될 것으로 보이는 상반기 중 내집마련에 나서볼 만 하다"고 조언했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이사도 "규제대책 여파로 매물은 꾸준히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판교분양을 앞두고 수요위축이 예상되는 4∼5월이 좋을 것"이라며 "시세 보다 10% 이상 싼 매물 등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내집마련 시기에 대해 올 4·4분기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다는 분석도 있다.
유니에셋 이만호 사장은 "정책변수에 따라 내집마련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올 4·4분기가 매입시기로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도 "연말까지 하향안정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연말께가 내집마련 시기로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의 변수=지난해에 이어 올해 부동산 시장의 변수로는 정부정책, 경기회복 속도, 금리인하 여부 등이 꼽혔다. 이밖에 판교신도시 청약결과도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청약과열 여부에 따라 향후 아파트 청약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경제연구소 정광영 소장은 "최근의 집값 하향안정 추세는 정부의 규제대책 때문"이라며 "올해도 정부의 정책방향이 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도 "현재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정책들의 시행 및 세부 적용기준 확정에 따라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며 "담보대출 만기 상품 처리 방향과 실물경기 회복 속도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공 주택도시연구원 김용순 박사는 "거시경제 회복과 종부세 도입 등 경제·정책적 요인 외에도 분양원가연동제 시행 등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택지지구내 분양원가연동제 시행으로 전용 25.7평 이하 당첨자들의 프리미엄 효과가 커지는 등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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