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그동안 논란이 돼온 수도권내 8개 첨단업종의 국내 대기업 공장 신·증설을 허용키로 한 것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위해 수도권 공장 규제를 유지할 경우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행정중심 복합도시,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을 추진중인 정부는 그동안 이와 상충되는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 논의를 유보해 왔지만 첨단업종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해당기업은 물론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허범도 산업자원부 차관보는 “LCD가 지금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데 뒤에서 2위의 숨소리가 들리고 있다”며 “경쟁력을 이어가도록 하기 위해 행정규제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풀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어쨌든 한쪽에서는 공기업 등의 지방이전 등 분산정책을 추진하고,한쪽에서는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발표를 놓고 그동안 수도권지역에 대기업 공장 신·증설 허용을 거듭 요구해온 손학규 경기지사의 판정승이라는 시각도 있다. 손 지사는 지난 5월 국내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 문제를 놓고 이해찬 총리를 비롯한 정부측 참석자들과 격론을 벌이다 중간에 퇴장했고 이후 대책협의회 불참을 선언하는 등 갈등을 빚었었다.
신·증설이 허용되는 8개 업종은 화학제품(감광재,프로세스 케미컬),컴퓨터 입출력장치 및 기타주변기기(LCD모니터),발전기 및 전기변환장치(파워모듈),다이오드 트랜지스터 및 유사반도체(LED),인쇄회로판,전자부품(포토마스크),방송수신기 및 영상·음향기기(LCD TV),광섬유(프리즘시트) 등이다.
정부는 일단 방침을 정한 만큼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건설교통부는 공장 신·증설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관련절차를 원스톱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교부 관계자는 “통상 신청이 들어오면 산업단지 지정까지 2년이 걸리지만 산업단지 계획입지 물량 배정,공장입지 승인 등을 동시에 처리해 행정처리가 내년 말까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그룹 계열사의 파주공장은 용지확보,기반시설 설치,개발 및 실시계획 승인 등을 거쳐 2008년쯤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을 비롯한 업계는 이에 대해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1조8000억원을 투자해 파주에 LCD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던 LG그룹의 전자관련 계열사들은 산업단지 구축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며 반기고 있다.
LG전자,LG마이크론,LG이노텍,LG화학 등 LG 4개사는 이와 함께 내년에 수도권 이외 전국 지방사업장에 총 1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은 관련지역 부동산가격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내집마련정보사 하유정 연구원은 “공단부지 매입은 물론 기업도시화에 따른 인구유입 등으로 택지 필요성이 대폭 늘어나는 등 부동산가격이 오를 동력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하 연구원은 “LG필립스단지가 들어설 파주는 이미 상당부분 지가상승분이 반영됐지만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추가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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