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아파트 분양 잇단 대박 비결은…‘투기심리’ 자극 마케팅 효과
[파이낸셜뉴스 2006-01-05 17:12]
최근 8·31 부동산 대책의 한파와 분양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아파트 분양시장은 연일 청약호조를 보여 그 성공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분양을 하는 건설사들은 최근 실수요자 위주의 마케팅을 이유로 꼽고 있지만 이러한 건설사들의 주장과는 달리 실제로는 제2금융권까지 동원한 대출 확대를 통해 여전히 ‘투기심리’를 자극하는 마케팅이 주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주택투기수요를 잠재우는 것을 골자로 했던 정부의 8·31 부동산 종합대책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제2금융권 동원, 투기수요에 ‘올인’=중견 건설업체인 월드건설은 최근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웨스턴카운티 월드메르디앙’(600가구)과 ‘이스턴카운티 월드메르디앙’(260가구)을 분양하면서 분양금액의 60%까지 대출과 중도금 이자 후불제를 시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최근 대구지역에서 분양한 ‘시지 효성백년가약’, ‘신일해피트리’, ‘위브더제니스’, ‘범어역 우방유쉘’ 등 대부분의 업체들이 주택분양에서 이같은 마케팅을 적용했다.
8·31 대책 직후인 지난해 9월5일부터 서울과 지방 수도권내 주요 주택투기지역의 경우 분양금액의 담보대출 상한선이 기존 60%에서 40%로 대폭 줄었다. 그러나 월드건설은 8·31 대책 이후 최초로 신협·종금사 등 제2금융을 이용해 제1금융권 대출 40%에다 제2금융권의 추가대출 20%를 알선했다는 것.
마케팅효과는 만점이었다. 주력 평형인 34평형 92가구가 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청약이 마감됐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강화 조치는 다주택자들에게 주로 해당되는 내용이어서 실제로 신규 분양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의 판단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그러나 담보대출 제한의 경우 초기 구입자금을 좌우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전체 청약률과 계약에 크게 영향을 미칠 요소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구지역의 경우 전매제한 기간이 현재 1년으로 비교적 타지역에 비해 짧은 편이어서 이를 이용한 ‘투자수요 자극 마케팅’이 판을 치고 있다. 전매제한 기간 1년 동안 납입해야 될 계약금과 중도금 포함 금액이 60%이기 때문에 분양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만 있으면 분양계약을 체결한 뒤 1개월뒤부터 납입해야 할 계약금 2회차부터 융자를 받기 시작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지는 올해 말부터 오는 2007년 초까지 계약자가 자기 돈 없이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A건설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최근 분양시장이 ‘생애최초주택대출’ 등으로 실수요자 위주 청약으로 전환되고 있다지만 적어도 대구와 같이 전매제한 기간이 짧은 지역에서는 투자 수요가 여전히 40∼5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수요자 시장에 ‘찬물’=이같은 대출확대 조치가 잇따라 도입되면서 8·31 대책의 핵심내용이었던 ‘주택대출제한’ 조치에 ‘구멍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그간 주택시장을 이끌어왔던 투기수요가 잠들고 간만에 실수요자 위주의 청약시장 분위기에서 오히려 경쟁과열에 따라 실수요자의 부담은 늘게 됐다. 또 기대됐던 분양권 프리미엄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경우 지역의 가계채무 부담이 높아지고 대출에 참여한 제2금융권마저 채무 부담이 크게 늘게 되는 등 부작용이 심각히 우려되고 있다. 대구지역 분양대행사인 L사 관계자는 “통상 제2금융권 대출의 경우 제1금융권에 비해 이자부담도 1∼2% 정도 높다. 대구지역의 경우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엄청난 물량의 주택분양이 대기하고 있어 입주때 프리미엄 추락에 따른 리스크가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도금 이자 무이자 혜택 등의 서비스도 따지고 보면 분양가에 고스란히 전가돼 오히려 실수요자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실수요자만으로 현재의 분양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건설사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가수요를 어느 정도 시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계약금만으로 프리미엄을 노리는 투자수요도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청약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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