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추진에 들뜨는 뉴타운 "3개월 쌓인 매물이 싹 사라져"

서울 강북 뉴타운이 부동산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대적인 지원책을 담을 예정인 뉴타운특별법 추진 때문이다. 올 들어 강남권의 집값 급등에도 강북권은 꼼짝 않고 있지만 뉴타운 일대만은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정부가 강력한 지원을 거듭 천명하자 발 빠른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이 때문에 매물이 사라져 뉴타운 안의 재개발 지분값(조합원용 아파트를 배정받는 권리)은 한 달 새 평당 50만~200만원이 훌쩍 뛰었다.

시범지구.2차 뉴타운의 개발기본계획이 대부분 확정되고 3차 지구 지정도 눈앞에 다가오면서 건설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총 4조원에 이르는 뉴타운사업의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뉴타운 주변의 분위기는 들떠 있지만 시장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돈다. 뉴타운 개발 활성화가 강남 집값을 잡기보다 강북에 투기장 하나를 더 만드는 꼴을 자초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서다.

◆ 기존 뉴타운 어떻게 돼 가나=은평.길음.왕십리 등 시범뉴타운 3곳과 한남.노량진 등 2차 12곳은 대부분 순항 중이다. 사업이 가장 빠른 성북구 길음뉴타운은 4개 구역 중 3곳이 최근 재개발 구역지정을 받아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은평뉴타운은 1지구 4300여 가구의 시공사를 정해 4월 첫 삽을 떴다. 왕십리뉴타운은 3개 구역 모두 구역지정이나 신청을 눈앞에 두고 있다.

2차 뉴타운은 대부분 개발기본계획안을 확정했다. 사업이 다소 늦었던 전농.답십리지구 답십리 16구역은 지난 4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아현뉴타운의 염리동 나구역도 주민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 추진위 설립신청을 했다. 다만 한남뉴타운은 층높이 제한 탓에, 중랑구 중화뉴타운은 주민 이견 때문에 기본계획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3차 뉴타운 10곳에 대한 선별 작업도 시작됐다. 서울시는 각 구청에서 신청한 22곳을 대상으로 현장실사를 끝내고 다음달 대상지 후보를 가릴 방침이다. 후보지가 나오면 구청은 주민의견을 들어 사업계획서를 만든 뒤 뉴타운지구 지정 신청을 하게 된다. 시는 9월께 3차 뉴타운을 발표할 예정이다.

◆ 부동산값은 강세 행진=한남뉴타운의 보광동.한남동 일대는 최근 일주일 새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주인들이 값을 더 받기 위해 물건을 거둬들였고, 팔려는 이들은 부르는 값을 높였다. 한남동 K공인 관계자는 "3개월째 쌓여 있던 매물이 최근 다 팔렸다. 1억7000만원에 나온 10평짜리 대지지분이 계약 자리에서 1000만원 올라 거래된다"고 전했다.

강동구 천호뉴타운의 7평짜리 재개발 지분은 평당 2200만원까지 치솟았다. 올 초엔 평당 1700만원 안팎이었다. 지구지정이 되지 않은 3차 신청지인 인근 지역도 덩달아 값이 올랐다. 10평 안팎의 지분은 평당 1000만~1200만원으로 최근 두 달 새 평당 200만원이 뛰었다. 천호동 집주름공인 김재훈 사장은 "서울시가 뉴타운특별법을 만들겠다고 하자 매물이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뉴타운의 염리동 구역도 최근 호가가 20% 정도 올랐다. 스카이공인 권순형 사장은 "개발 기대감으로 평당 1200만원이던 지분 값이 1500만원을 훌쩍 넘었다"고 전했다. 영등포뉴타운의 지분 값도 최근 한 달 새 평당 200만원 뛰었다.

◆ 걸림돌 없나=뉴타운특별법은 강북에 강남 못지않은 주거지를 만들어 수요를 분산해 강남권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자칫 부동산 투기를 강북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환경연합과 도시연대도 공동성명을 통해 뉴타운 개발을 가속화한다면 또 다른 투기장을 강북에 만드는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KTB자산운용 안홍빈 부동산본부장은 "부동산시장을 맴도는 투기성 자금의 규모를 볼 때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대안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서울시가 투기를 막기 위해 여러 규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특별법 제정 이전에 생긴 투기 수요는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별법의 방향대로 공영개발의 비중이 커질 경우 예산도 문제다. 한양대 김관영 교수는 "공공기관이 땅을 매입해 도로.학교를 만드는 데 필요한 사업비는 결국 시민의 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건설교통부와 서울시의 샅바싸움도 걸림돌이다. 건교부는 "서울시가 내놓은 특별법 추진안은 건교부가 이미 검토한 내용으로 새로운 게 없다. 개발이익 환수 등 보완 대책도 미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특별법의 주요 내용인 공원.학교 등 기반시설 설치비용의 50%를 국고에서 지원하라는 것에 대해 "서울시만 잘 살겠다는 것이냐"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성종수.안장원 기자
*** 특별법 어떤 내용 담나

뉴타운특별법 제정 얘기가 나온 것은 지금의 법으로는 뉴타운 개발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뉴타운사업은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용적률.층높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재건축.재개발 규제), 도시개발법(공영개발), 지역균형발전지원에 관한 서울시 조례 등 갖가지 규제를 받는다. 겹치는 규정이 많고 뉴타운지구마다 개발 방식이 달라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돼 왔다.

정부는 "검토 중인 사안"이라며 이 법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서울시가 제안한 특별법안을 보면 뉴타운 개발이 어떻게 달라질지 윤곽을 잡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뉴타운지구 내 건축 규제가 완화되고 사업방식이 민간 위주에서 공공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본다.

서울시는 고급 주거단지 조성을 위해 현행 건축기준의 완화를 요구했다. 전용면적 25.7평 초과 주택의 비율을 늘리자는 것. 현재 재개발 방식으로는 25.7평 초과 주택을 전체의 20%까지만 지을 수 있다. 가구당 최대 면적도 전용 34.8평이다. 재건축은 전용 25.7평 초과를 40%까지, 전용면적은 최대 89.8평까지 지을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을 대체할 만한 주거지로 만들기 위해 큰 평형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빠른 사업을 위해 재개발 등에 대해 주민동의 요건을 완화하고, 인.허가를 쉽게 해주는 내용도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사업 방식도 바뀔 것 같다. 이제까지는 전면 수용을 거친 은평뉴타운을 빼고는 대부분 재개발 등 민간에 의존했다.

특별법에 도시개발 방식의 개발 근거가 마련되면 공공이 직접 주거지를 조성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주민은 토지.건물 등의 감정평가액에 따라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의 입주권을 받는다. 나머지는 일반에 분양된다. 이제까지 조합원(기존 주민)들이 가져가던 개발이익(일반분양 수익)의 상당 부분은 기반시설 확대 등에 사용된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만들어질 특별법은 주로 3차 뉴타운지구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2차 지구 가운데서도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구역지정 전 재개발구역 등도 해당될 전망이다.

안장원 기자

*** 투자전략 어떻게

뉴타운특별법은 일단 뉴타운 일대 부동산 시장에는 호재다. 특별법 제정으로 힘을 받으면 부동산값이 들썩일 수 있다.

그러나 뉴타운별로 개발방식이 달라 섣불리 투자해선 안 된다. 개발방식은 재개발.재건축.도시개발.도시환경정비 등 네 가지로 나뉜다. 같은 뉴타운 안에서도 구역에 따라 개발방식이 다른 경우도 많아 투자하기 전에 이를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의 뉴타운은 재개발 방식을 택하거나 재개발과 재건축을 섞어 추진하고 있다. 길음.왕십리.아현.가좌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곳은 기존의 재개발 추진 절차에 따라 뉴타운 사업을 하기 때문에 투자 위험성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조인스랜드컨설팅 전호완 부장은 "재개발 방식으로 사업하는 곳은 조합을 통해 사업추진 절차를 확인하고, 지분 쪼개기가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분 쪼개기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여러 개로 쪼개 조합원 권리를 확보하는 편법적인 방법이다.

도시개발 방식으로 추진하는 곳은 변수가 많다. 노량진.방화 등이 재건축.재개발과 도시개발 방식으로 섞어 추진하고 있는데, 특별법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투자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대우건설 박용하 팀장은 "그동안 도시개발법의 뉴타운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사업 추진을 할 수 없었다"며 "특별법에 구체적인 근거가 명시된다면 도시개발 방식을 채택한 곳의 투자 가치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규제도 짚어봐야 한다. 서울시는 뉴타운 내 일정 규모 이상 토지에만 적용되는 거래허가제를 모든 토지로 확대할 방침이다. 지정 후에 권리의 지분 분할을 막는 방안도 내놨다. 따라서 유망한 구역이라도 쪼개진 지분을 구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쪼개진 지분의 권리를 인정받기도 어렵지만, 지분 값이 평당 2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어 이익을 내기 어렵다.

한 재개발구역에 여러 개의 지분이 있더라도 새 아파트분양권은 하나만 인정되므로 한 곳에서 투기적 거래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다만 관리처분 계획 기준일(보통 사업승인 후 30~60일) 전에 명의를 분리하거나 팔면 각각 조합원 자격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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