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의 결론은 하나로 모아졌다. 다년간에 걸친 취재를 종합해보면 한국땅에서 내집마련 비법은 '지르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것이다. 그날 참석한 모선배의 얘기다.

"부동산은 용기나 객기가 없으면 안돼. 돈번 사람들 모두 똑같더라고. 도대체 정상적인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될 정도야.
근데 결국 이런 사람들이 엄청나게 돈을 벌었거든. 리스크를 짊어지는 사람이 부동산 부자란 말이야."

동의할수 밖에 없는 분석이었다. 필자가 아는 부동산 부자들도 모두 그랬으니까 말이다. 재건축, 재개발에 일가견이 있는 다른 선배도 거든다.

"과감한 결정이 핵심이야. 서민들이 계산기를 두드리다 차일피일 고민하는 반면, 부동산 부자들은 일단 계약부터 하지. 돈갖다 대는 건 그다음 문제야. 물론 그만큼 물건을 고르는 감(感)도 좋아.
내가 아는 사람은 길 가다가도 괜찮다 싶으면 웃돈까지 얹어주고,
그 자리에서 사버려. 보통 사람 같으면 상상도 못하는 거래법이지."
맞는 말이다.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부통산 부자들의 타이밍 결정은 신속하고도 빨랐다.

구체적인 예도 몇건 나왔다. 안면이 있는 고참 선배의 사례다.
편의상 A씨로 부르겠다.
A는 IMF 때 아파트 폭락을 보면서 압구정동 구현대33평에 눈독을 들였다. IMF전 3억 5천만원까지 올랐던게 98년 봄엔 2억9천만원대까지 떨었졌다.
A씨는 당연히 망설였다. IMF라는 전대미문의 불경기가 일본처럼 거품붕괴로 이어지지 않을까 판단됐기때문. 실제로 좀 복잡한 급매물은 현금 2억 5천만원이면 매입가능했다. 기다리기로 했다.
98년 가을 좀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렇게 바라만 보다가 압구정 도전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순식간
에 매물이 자취를 감추더니 시세는 다시 IMF이전 수준까지 회복됐다. 혹시나 하면서 주말마다 돌아다녔지만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다.
이전의 싼 시세를 알고 있는 A씨롯는 도저히 살 수 없는 가격이 대부분이었다. 이웃나라 일본의 불황을 걱정하다 눈앞의 기회를 잡지 못
한 셈이다.

A씨는 지금도 부동산 얘기만 나오면 땅을치며 후회한다. "앞 위 안재고 샀어야 했는데 머리 굴리다 기회를 놓쳤다."고 한단한다.
아직도 A씨는 집이 없다. '신속한 결정'이라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지만 여전히 '저지르기'는 힘들다고 고백한다.

아는것과 행동하는 것의 차이가 최소한 부동산에서는 빈부를 나누는 기준인 셈이다.


-"부동산으로 10억 만들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