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결국 '땅값'에 달려있다

기본형 건축비는 '현행 유지'…상한제 이후 주택 품질 우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기본형 건축비를 사실상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분양가는 건축비와 택지비, 그리고 가산비용으로 구성되는 데 건축비가 현행대로 유지되면서 결국 택지비, 즉 땅값이 분양가 상한제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건설교통부가 분양가 상한제하에서의 기본형 건축비에 대한 정부안을 24일 밝혔다. 3.3㎡(1평)당 소형(전용면적 85㎡ 이하)이 431만8000원, 85㎡ 를 넘는 중대형은 439만100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기존 공공주택 건축비보다 각각 0.5%와 0.6% 낮은 수준이다. 이정도면 사실상 건축비는 현행을 유지하는 것으로 건축비 인하에 따른 분양가 인하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건축비 부분이 사실상 현행을 유지하는 것으로 됐기 때문에 결국 땅값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 하에서 분양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건축비, 택지비, 그리고 가산비 이렇게 세가지라고 보는데, 건축비는 사실상 현행을 유지하게 됐고, 비중이 크지 않은 가산비보다는 땅값, 즉 택지비가 분양가 상한제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판교신도시에서는 택지비가 토지조성원가의 130%선에서 결정됐는데, 2기 신도시인 김포나 파주, 영종, 청라, 양주, 동탄2차 같은 신도시의 땅값은 토지 조성원가의 110% 선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돼있다.

이렇게 땅값에서 20%정도를 줄이고 가산비 인정범위도 최대한 축소해서 전체적으로 20% 정도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었다.

당초 정부의 공언대로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통해 분양가를 20% 정도 낮추기 위해서는 땅을 어떻게 값싸게 확보하는냐가 최대과제가 된 것이다.

세중코리아 김학권대표는 "현재 고분양가의 원인이 건축비 보다는 택지비, 즉 토지비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면서 "정부가 택지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땅값이 급등한 지역이 많아지면서 지금의 주변시세보다 20% 싸게 공급하는 게 가능할지가 논란이다.

인천 청라.영종지구같은 경우에는 이미 땅값이 정해져 있는데 청라지구의 중소형 필지는 3.3㎡당 땅값이 245만원이었다. 여기에다 이번에 정부가 밝힌 기본형건축비를 적용해보면 청라지구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소형이 760만원정도 된다.

인천 영종지구는 택지비가 3.3㎡당 329만~373만원인데 여기에다 건축비용을 더하면 분양가는 900만원 안팎이 예상된다. 이런 곳에서는 정부 설명대로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으로 싼값에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최근들어 땅값이 급상승한 지역에서 추가적으로 주택을 공급할려면 오른 땅값을 기준으로 보상비를 지급해야하고 이것이 택지비에 반영되기 때문에 지금의 주변시세보다 지속적으로 20% 정도 낮은 물량공급이 가능한 가 하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후 공급되는 주택의 품질도 문제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본형건축비로 건축비 상한액이 제한되기 때문에 고급 브랜드를 가진 대형업체들의 경우 과연 분양가 상한제 하에서도 이정도 품질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땅값이 올라 보상비는 늘었는데, 각종 금융비용과 기타 부대비용에 대해 인정범위가 축소되기 때문에 이 정도라면 이윤조차 확보할 수없다는 주장들이 제기하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의 주택공급은 기대하기 어렵게되고, 건설업체들은 결국 품질이 인정되는 항목에만 관심을 가지게 될거라는 것이다.

건국대 조주현 교수는 "가격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품질경쟁을 하기가 어려워 질 것"이라며 "아무래도 획일적인 공급이 이루어져서 다소 소비자가 원하는 질의 주택이 공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분양가가 일정수준 떨어질 거란 전망은 지배적이다.

그러나 주택의 품질을 떨어뜨려 소비자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부작용이나, 낮춰진 분양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보완책 마련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CBS경제부 성기명 기자 kmsung@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