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아파트 5개월새 8억 하락



지난 수년 간 집값 상승을 주도해 온 서울 강남권의 20억원대 이상 초고가 아파트 중 일부 단지의 실거래가격이 올해 들어 최근 5개월 새 최고 8억원이나 하락하는 등 초고가아파트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가격 하락추세에 따라 지난 6월에만 20억원 이상 아파트가 22건 매매되는 등 고가 아파트의 거래도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평형이 큰 초고가아파트 보유자들이 보유세 부담과 향후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로 값을 낮춰 처분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오는 9월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있어 초고가 아파트의 가격이 더 떨어질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건설교통부가 공개한 ‘6월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서초동 트라움하우스3차 전용면적 274㎡(6층)는 지난달 초에 45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신고됐다. 이는 지난해 10월에 팔린 가격보다 5억원이나 낮은 것으로 8개월 만에 10%가 내린 셈이다.


인근 A부동산 관계자는 “이 아파트는 수요가 한정돼 있어 시세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종전과 달리 수천만원이 아닌 5억원이 떨어졌으니 값이 확실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4억600만원에 거래됐던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146㎡는 6월에 23억2000만원에 팔려 하락세를 보였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상황도 비슷하다. 구현대 1차 197㎡의 경우 지난 1월 31억원에 거래된 후 3월에는 30억원, 그리고 5월에는 23억원으로 떨어졌다. 5개월 사이에 무려 7억원(25%)이나 떨어졌다. 신현대 12차 156㎡도 지난 2월 25억3000만원에 팔렸지만 5월에는 이보다 큰 171㎡가 2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평형이 클수록 가격이 비싸게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156㎡의 가격도 1억원 이상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3.3㎡(1평)당 가격을 비교해 보면 쉽게 알수 있다. 2월 3.3㎡당 매매가격은 4960만원이지만 5월에는 4375만원에 그쳤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안명숙 PB팀장은 “초고가 아파트를 다른 부동산과 합산해 보유세를 낼 경우 세액이 급증하게 된다”면서 “또 수년 간 집값이 꾸준히 올라 수억원을 낮춰도 많은 시세차익 실현이 가능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으로 이들 주택에 대한 수요는 더욱 줄어 가격을 낮춘 매물이 더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반적인 주택 거래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이들 초고가 아파트 거래는 활발해지고 있다. 5월까지 신고된 20억원 이상 아파트는 모두 42가구로 월 평균 8.2가구 정도였지만 6월에는 한달 만에 22가구가 거래됐다.